잡생각

실체 없이 해석만 남은 시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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해석은 매우 주관적이다. 어쩌면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사고, 그리고 그 사고의 표현인 글 역시 실체라기보다는 해석에 가깝다.

사실 주변 환경에 대한 물리적인 이해 역시 실체에 대한 인식이라기보다는 해석이라고 보는 편이 낫다. 어떤 냄새가 나기 시작할 때 후각 정보를 처리하는 감각기관과 뇌는 그 순간 주어진 감각정보를 처리한다. 냄새의 원인을 다른 감각정보를 동원해 확인하기 전에 주어진 후각 정보와 관련된 기억을 통해서 냄새의 근원을 추측 해석한다. 해석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이성은 물리적 실체를 확인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.

정치적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사건의 경우 그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에 가깝다. 텔레비전 토론에서 한 토론자가 어떤 사건에 대한 실체를 아는 것처럼 말하자 다른 토론자가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한다. 후자는 실체를 아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진 듯 했다. 토론 중에 토론자들은 실체를 이야기하는듯하지만 모두 실체가 없는 해석만 말한다. 해석이 난무한 토론을 보는 관객은 해석을 해석한다. 그러는 사이 실체는 멀리 도망간다.

과연 무엇이 실체이고 현실일까? 우리는 실체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? 프리드리히 니체는 21세기의 우리가 실체의 부재 속에 살게 될 것을 알았을까?

The text has disappeared under the interpretation.

물론 니체의 이 말이 사용된 맥락을 확인해보면, the text프랑스 혁명을 지칭한다. 과거 사건인 프랑스 혁명에 대한 해석이 그 사건의 실체를 왜곡하고 감추는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.

지금 우리의 현상도 다르지 않다. 수많은 해석 때문에 실체는 그 모습을 감추고 만다. 나는 그게 슬프다. 주제와 상관없이 아주 작은 이권이라도 개입된 영역에서 실체는 찾을 수 없다. 무엇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현실. 무겁고 암울한 현실이다.

시간에 투자. 투자 공부하며 블로그에 기록을 남깁니다. 스노우보드와 영화, 그리고 독서 좋아합니다.